“번역사와 통역사는 뭐가 달라요?” 이 질문은 영어 전공자뿐 아니라, 언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던지는 물음입니다. 둘 다 ‘언어를 다루는 직업’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, 일의 성격, 사고방식, 훈련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. 이번 글에서는 번역사와 통역사의 실제 업무 차이부터 필요한 역량, 자격증, 그리고 커리어 경로까지 한눈에 정리해보겠습니다.
1. 번역사: 문장을 다루는 언어의 장인
번역사는 **글로 된 언어를 옮기는 전문가**입니다. 논문, 계약서, 마케팅 문서, 영상 자막, 게임, 기술 매뉴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죠. 핵심은 ‘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언어 변환’입니다.
① 주요 업무
- 문서, 논문, 영상자막, 기사, 소설 등 원문을 목적어로 번역
- 번역 품질 검수(QA), 용어집 관리,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
- 필요시 AI 번역(DeepL, Papago 등) 결과를 교정하는 ‘포스트에디팅(Post-editing)’ 업무 수행
② 필요한 역량
- 뛰어난 문장력과 어휘 감각
- 원문을 해석하는 분석력
- 분야별 전문지식 (법률, IT, 의학 등)
-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습관
③ 일하는 방식
대부분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며, 번역 플랫폼(Flitto, Smartcat, ProZ 등)이나 직접 클라이언트를 확보합니다.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적지만, **기한 내 정확도**가 생명입니다.
④ 수입 및 성장 경로
경력 초기에는 단가가 낮지만, 전문 분야를 확보하면 꾸준한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. 출판 번역, 영상 번역, 기업 계약서 전문 등으로 세분화되며, 경험이 쌓이면 감수자(QA)나 번역 프로젝트 매니저로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.
2. 통역사: 순간 사고력으로 말하는 전문가
통역사는 **말로 전달되는 언어를 즉시 변환**하는 직업입니다. 즉흥성과 판단력이 중요하며, 순간 집중력은 번역과 차원이 다릅니다. 회의, 세미나, 비즈니스 미팅, 방송, 외교 행사 등에서 주로 활동합니다.
① 주요 통역 형태
- 동시통역(Simultaneous Interpretation): 발화와 거의 동시에 번역 (국제회의 등)
- 순차통역(Consecutive Interpretation): 일정 구간 발화 후 통역 (비즈니스 미팅 등)
- 수행통역(Escort Interpretation): 출장·행사 동행 통역
- 전화통역·화상통역: 원격으로 제공되는 실시간 통역 서비스
② 필요한 역량
- 빠른 청취력과 이해력
- 논리적 요약 능력
- 강한 멘탈과 발음, 말하기 기술
- 시사·경제·산업 등 넓은 배경지식
③ 일하는 방식
프리랜서 혹은 통역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. 특히 동시통역사는 경험과 명성에 따라 일당이 크게 다릅니다. (초급 20만 원대 → 경력자 60만~150만 원 이상)
④ 성장 경로
대학원 통역학과를 졸업하거나 실무 경력을 쌓은 후, 국제기구·기업·정부기관 통역사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. 경력이 쌓이면 강의, 컨설팅, 통역 코디네이터로도 활동이 가능합니다.
3. 번역사 vs 통역사, 근본적인 차이
둘 다 언어를 다루지만, 실제로는 요구되는 사고방식이 전혀 다릅니다.
구분 | 번역사 | 통역사 |
---|---|---|
작업 형태 | 문서 중심 / 시간 여유 있음 | 실시간 구두 / 즉각 대응 필요 |
핵심 역량 | 언어 감각 + 글쓰기 능력 | 듣기 + 말하기 + 순발력 |
주요 도구 | CAT Tool, 번역 메모리 | 노트테이킹, 리스닝 장비 |
스트레스 요인 | 기한 압박 | 현장 긴장감 |
커리어 경로 | 전문화 (법률, 의료, IT 등) | 현장형 전문직 (회의, 방송, 정부) |
요약하자면, 번역사는 ‘완벽한 문장’을, 통역사는 ‘순간의 정확함’을 다룹니다. 둘 중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, 본인의 성향이 ‘글 중심인지’ 혹은 ‘즉흥 대화 중심인지’가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.
4. 필요한 자격 및 학습 방법
① 필수 자격증
- ITT 통번역 자격증 (국내 공인)
- ATA (미국번역가협회 자격)
- 국제회의통역사 과정 (대학원 또는 사설기관)
- TOEIC, TOEFL, IELTS 등은 기본 언어능력 검증용
② 공부 방법
- 번역사는 매일 1페이지 번역 연습 + 원문 비교
- 통역사는 뉴스 청취 후 1분 요약 말하기 훈련
- TED, BBC, NPR 등 영어 오디오 콘텐츠 활용
- 번역/통역 커뮤니티(카페, 포럼)에서 피드백 받기
5. 커리어 조합: 두 가지를 함께 하는 전문가
최근에는 번역과 통역을 함께 하는 ‘하이브리드 언어 전문가’도 많습니다. 예를 들어, 통역사가 회의 후 문서 번역을 맡거나, 번역사가 통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식입니다. AI 번역 도구의 발전으로 인해 번역 정확도는 높아졌지만, ‘의도와 뉘앙스를 정확히 전달하는 인간의 감각’은 여전히 필수입니다.
결국 이 두 직업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, 서로를 보완하는 언어의 두 축입니다.
결론
영어 번역사와 통역사는 모두 언어를 ‘다리’처럼 다루는 전문가입니다. 번역사는 글로 세상을 잇고, 통역사는 말로 순간을 이어줍니다. 둘 다 꾸준한 학습과 현장 경험이 중요하며, 결국 선택은 성향의 문제입니다. 글을 사랑한다면 번역사로, 말의 흐름 속에서 에너지를 느낀다면 통역사로 나아가세요. 언어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.